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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부모의 감정은 왜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까?
아이의 성격이나 정서적 기질은 단순히 타고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감정 상태, 특히 트라우마나 만성 스트레스는 자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는 흔히 유전이라 하면 눈 색깔, 피부색, 키 등을 떠올리지만, 최근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에서는 ‘감정의 유전’도 현실적인 개념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트라우마를 경험한 부모가 자녀에게 무의식적으로 불안, 두려움, 과도한 경계심 등을 전이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말로 표현되거나 교육된 것이 아닌, 몸짓, 표정, 어조, 반응 패턴 등으로 전달되며, 자녀는 이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내면화하게 됩니다.
결국 부모의 감정이 자녀의 정서 발달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죠.
2. 트라우마는 세대를 넘어 전달될 수 있다 – 후성유전학의 관점
‘감정도 유전된다’는 개념은 이제 과학적으로도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특히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는 학문은, 트라우마가 DNA 자체는 바꾸지 않지만 유전자 발현 방식에 영향을 주어 후손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실제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그들이 전쟁을 겪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불안 반응, 경계심, 스트레스 민감도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육이나 환경 탓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부모가 겪은 극심한 스트레스나 상실감은 자녀에게 감정 조절 능력 저하, 스트레스 과잉 반응 등으로 이어지며, 이는 자녀의 대인관계나 사회 적응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감정의 유전은 후천적이면서도 유전적인 특성을 동시에 갖는 복합적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감정의 유전은 어떻게 행동과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가?
부모의 트라우마는 자녀의 행동 양식과 자아 형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거절당한 경험을 했다면, 자녀 역시 애착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고 쉽게 불신하거나 자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모의 트라우마는 자녀의 무의식에 스며들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신에 대한 평가, 감정 표현 방식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더불어, 부모가 감정을 억누르고 부정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자녀 역시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기표현력 저하, 정서적 위축, 심리적 회피 행동으로 나타나며, 나아가 자존감과 정체성 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부모가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표현하느냐는, 자녀의 감정 건강과 인생 전체에 깊은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4. 감정의 유전을 끊기 위한 첫걸음 – 의식화와 회복의 노력
그렇다면 우리는 부모의 트라우마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까요? 희망적인 소식은, 감정의 유전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의식화’를 통해 치유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부모로서 먼저 자신의 감정 상태와 상처를 직면하고, 그것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심리 상담, 가족 치료, 감정 표현 훈련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녀와의 소통에서 감정을 숨기거나 통제하려 하기보다, 감정을 함께 나누고 공감해 주는 태도가 감정의 유전 고리를 끊는 핵심입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마주하고 표현하는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그 변화가 자녀에게 안전하고 회복적인 정서 환경을 제공하며, 새로운 세대의 감정 건강을 지켜주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 결론: 감정도 물려줄 수 있다면, 회복도 물려줄 수 있다
감정은 공기처럼 보이지 않지만, 가족 안에서 끊임없이 오가며 세대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유산이 됩니다.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자녀는 부모의 불안, 분노, 슬픔을 감지하고,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흡수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감정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있는가?”과거의 상처는 어쩌면 피할 수 없지만, 그 상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돌보는 부모가 되어갈수록, 자녀에게는 상처가 아닌 이해와 공감, 그리고 회복의 모델이 전해지게 됩니다.감정의 유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우리가 다음 세대에 건네줄 수 있는 ‘심리적 유산’을 새롭게 쓸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당신이 감정을 치유하는 순간, 그 회복은 당신만의 것이 아니라 당신의 아이, 그리고 아이의 아이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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